“화해·상생·평화의 공동체 복원 시작은 원인규명”
“화해·상생·평화의 공동체 복원 시작은 원인규명”
  • 서현욱
  • 승인 2018.03.17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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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흠 교수 “제주 4·3은 민중항쟁, 진상규명부터”
이도흠 한양대 교수

“제주 4·3항쟁은 미군정과 정권이 국가 폭력을 가하면서 수 만 명을 학살한 집단학살(제노사이드)였다. 이제 너와 나 손 마주잡고 미쁜 마을 만들려면 하늘의 몫은 하늘에 맡기고 역사의 몫은 역사에 맡길 것이 아니라, ‘거짓 화해’와 ‘강요된 용서와 관용’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도흠 교수)

제주 4·3을 조명하고, 사회 공동체 복원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018국제불교청소년교환캠프(IBYE KOREA 2018)를 주체한 세계 불교청년우의회(World Fellowship Buddhist Youth, WFBY)는 16일 저녁 제주도 서귀포시 빠레브 호텔 소연회실에서 ‘집단학살에 대한 성찰과 공동체 복원’을 주제로 제주 4·3 7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이도흠 한양대 교수가 ‘제주 4·3 민중항쟁에서 폭력의 양상과 공동체 복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가 ‘제주 4·3 사건의 구조적 맥락과 역사 및 사회의 복원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가 ‘폭력의 극복과 평화를 위한 불교윤리적 지혜’를, 료쇼 쇼지 WFB 수석사무총장이 ‘다르마에 따른 현대 세계의 평화’를 발표했다.

이도흠 교수는 제주 4·3사건을 ‘민중항쟁’으로 정의했다. 그는 제주 4·3을 ‘민중항쟁’으로 정의한 이유를 △항쟁 주체가 인민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조직화된 민중인 점 △국가 폭력에 맞서 무쟁 투쟁을 전개한 점 △항쟁의 목표와 지향을 경찰과 우익청년단의 탄압에 저항하는 자위적 투쟁과 함께 조국 통일 독립성취, 반미구국투쟁인 점 △희생자가 수만 명에 달하는 점 △이 사건이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기점이 된 점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제주도 만이 아니라 지금도 중동, 미얀마, 인도네시아의 아체, 아프리카 곳곳에서 집단학살이 진행중”이라며 “시민사회와 공공영역이 형성되고, 주술의 정원에서 벗어나 합리성을 추구하고 보편 교육이 실현되는 20세기 이후에도 왜 집단학살이 끊이지 않는지, 그 이유를 제주 4·3 민중항쟁을 통해 진단”했다.

제주 4·3특별법에 따라 조사한 결과, 공식 사망자만 14,032명이었다. 적게는 3만 명, 많게는 8만 명으로 추정되는 제주도민이 진압대와 무장대에 총살되거나 고문과 폭행, 민보단과 서북청년단의 죽창에 찔려 죽는 물리적 폭력이 자행됐다. 제주 4·3은 물리적 폭력 외에 문화적 폭력도 자행됐다. 반공이데올로기와 육지에서 온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제주도민 변방화와 타자화는 문화적 폭력으로 작용했다. 미군정과 경찰이 총파업 원인과 배경을 무시한 채 ‘남로당 선동에 의해 조장됐다’고 파악하면서 무차별 검거와 탄압으로 총파업을 분쇄하고, 이때부터 제주도는 ‘붉은 섬’으로 인식됐다. 제주도민은 빨갱이 섬에 사는 사람들이었고, 4·3 이후에도 빨갱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병대 등 군에 지원하기도 했다.

문화적 폭력과 물리적 폭력은 구조적 폭력하에 일어났다. 반공이데올로기는 무장대에 적용되다가 중산간 마을 사람들로, 다시 제주도 사람 모두를 적으로 대상화하고 제주도는 빨갱이 섬으로 재현됐다. 이는 다시 학습 전파돼 육지 사람들에게 제주도민은 빨갱이로 재현되고, 제주도민은 이를 내면화하여 스스로 좌파적 사고와 상상을 억압하고, 4·3의 진실을 침묵하고 국가에 충성하는 애국시민으로 길러졌다. 1970년대 말까지 4·3은 금지어였고, 감시와 통제에서 말하지 못하는 재현의 폭력으로 중첩됐다. 1978년 <순이 삼촌>의 출간을 계기로 4·3 담론이 일어났지만 규명되지 않은 진실로 정당화된 폭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도흠 교수는 집단학살로부터 화해와 상생, 평화의 공동체를 복원하는 대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원인 분석’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그는 보았다.

그는 “소신 있게 말하고 행동하지 못하면 인간은 누구나 600만 명을 학살한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며 권위에 대한 복종이 집단적 폭력을 낳지만, 집단학살의 근본원인은 ‘동일성에 의한 타자의 배제’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를 풀기 위해 이 교수는 “제주 4·3학살에서도 육지/섬, 우익/좌익, 해안지역/중산간 지역, 으로 나눈 채 주로 전자로 동일화한 세력이 후자를 타자화 하하면서 학살이 행해졌다”면서 “이를 해결하는 대안은 동일성에서 차이의 사유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에 이 교수는 너와 나,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이 해체되고 상대방을 내 안에 새로 모시는 대대적 관계를 형성하는 ‘눈부처’ 관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내 안의 불성과 타인 안의 불성의 드러남”과 “동일성에 포획되거나 환원되지 않는 차이 그 자체”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제주 4·3항쟁은 배제당한 섬에서 억압받고 수탈당하였던 민중들이 구조적 악과 부조리를 제거하고, 인간 존엄과 자유를 쟁취하려 한 고결한 투쟁”이며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는 공동체를 구현하고 나아가 민족 독립과 단독정부 수립을 이룩하고자 하는 영예로운 저항운동”이라고 했다.

이어 “지혜 없는 자비가 맹목이라면 자비없는 지혜는 공허하다”면서 내적성찰과 함께 “거짓화해와 강요된 용서나 관용이 아닌 우리 모두가 주체가 되어 철저한 진상규명, 미국을 포함한 가해자들의 사과, 관련법에서 대미 종속관계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폭력제거, 회복적 정의의 구현, 화해와 상생의 공동체 회복, 남북의 평화적 통일과 한반도 평화체계 수립에 나서야 4·3 원혼들이 비로소 편안히 잠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뉴스렙=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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